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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구원투수로 등판한 ‘DID’

 

비트코인을 시작으로 블록체인이 널리 알려진 지 약 4년여. 초기 블록체인은 4차 산업혁명의 미래, 제2의 인터넷 같은 수식어가 따라붙는 장밋빛 기술이었다. 하지만 첫 단추를 잘못 꿰었다.

 

기존 산업을 블록체인으로 혁신하려는 시도보다 당장 돈이 몰리는 가상자산 사업에 더 무게가 실렸고, 서비스 완성도와 별개로 ‘블록체인’만 내세우며 투자를 받는 스타트업들이 늘면서 시장의 기대는 점점 실망으로 바뀌었다. 이런 분위기를 다시 전환하려면 블록체인을 활용해 사용자가 실제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 혁신 사례가 나와야 한다. 이른바 ‘킬러앱’이라고 부를 수 있는, 정말 실용적인 블록체인 상품이 필요한 시기란 뜻이다.

 

 

 

기존 개인정보 관리 체계, DID가 뿌리부터 바꾼다

 

그런 측면에서 ‘탈중앙화 신원증명(DID, Decentralized Identifier)’은 블록체인의 특성을 잘 활용하면서 동시에 사용자도 그 효용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응용 사례로 꼽힌다. DID는 쉽게 말해 개인정보를 휴대폰에 보관했다가 필요한 시점에, 꼭 필요한 정보만 제시할 수 있는 기술이다.


기존 신원인증 기술과의 결정적 차이는 내 개인정보를 기업이 갖느냐, 내가 갖고 있느냐에 있다. 지금은 회원가입 시 이름이나 핸드폰 번호, 집 주소 등을 입력해야 하는 서비스들이 많다. 이런 정보는 대개 기업이 관리하는 서버에 저장된다. 또 주점 등에서 신분증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을 떠올려 보자. 우리가 인증해야 할 것은 내 생년월일이지만, 신분증을 건네는 순간 집주소 같은 불필요한 정보도 함께 노출될 수 있는 구조다. DID는 이런 문제를 블록체인으로 해결한다.

 

블록체인은 하나의 데이터를 여러 컴퓨터(노드)가 똑같이 나눠 갖는 분산형(탈중앙화) 디지털 장부다. 데이터의 팩트체크 및 입력, 수정 등의 모든 절차가 네트워크에 참여한 컴퓨터들 간의 합의로 이뤄지므로, 신뢰성이 높고 데이터 조작도 매우 어렵다. 이를 활용해 DID의 구조처럼 개인의 신원인증 정보를 사용자 단말기와 블록체인에 분산해 저장하면 데이터의 주권을 사용자에게 돌아가고 인증 절차의 전반적인 신뢰도와 투명성도 높아지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아래 그림을 보자. DID 기반 신분증 시스템은 사용자가 최초 1회만 DID를 발급받으면 이후 기업은 사용자에게 일일이 정보를 받아 저장하지 않고도 제시된 정보와 블록체인에 저장된 사용자 정보가 일치하는지 여부만 확인하면 된다. 단말기에 저장된 정보도 암호화 및 생체인증 절차를 필요로 하므로 안전하다.

 

사용자는 이런 과정 속에서 불필요한 개인정보 수집이나 해킹 위협에서 안전해지며, 한번 발급받은 DID를 다양한 서비스에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각기 다른 서비스에 일일이 가입하며 내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없어지고 발급받은 서류를 또 발급받아야 하는 등의 번거로움이 사라진다는 이야기다.

 

 

DID 모바일 신분증 인증 절차 / 자료=금융결제원

 

 

민관이 함께 주목하는 DID

 

이처럼 DID는 블록체인 기술의 본질적인 강점을 살림과 동시에, 해묵은 개인정보 관리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로 인정받으며 업계의 구원투수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올해는 DID 개발 그룹의 형태가 구체화되고 관련 서비스 개발 및 연계가 시작됐다는 소식도 다수 전해지고 있다. 정부 역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용적인 블록체인 개발’을 정책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DID 활용 사례 발굴에 지대한 관심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국내에는 4개의 민간 DID 개발 연합체가 있다. △라온시큐어를 필두로 삼성SDS, 하나은행 등 80개 회원사가 포함된 ‘DID 얼라이언스’ △아이콘루프를 중심으로 신한은행, IBK기업은행 등 금융권 기업이 다수 포진한 ‘마이아이디 얼라이언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코스콤 등 통신사가 참여한 ‘이니셜 DID 연합’ △코인플러그와 47개 회원사가 함께하는 ‘마이키핀 얼라이언스’ 등이다. 이들 각 연합체는 각자가 지닌 강점과 특성을 토대로 서비스 개발과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깝게는 지난 8월 마이아이디 얼라이언스가 금융권 최초의 DID 상용화 서비스 ‘쯩’을 개시했고, 5월에는 SK텔레콤과 삼성전자가 DID 서비스 ‘이니셜’을 탑재한 5G 스마트폰 ‘갤럭시A 퀀텀’을 출시한 바 있다. 이들 서비스는 금융권의 복잡한 실명인증 절차를 간소화하거나 DID의 본래 목적처럼 출입증, 성적증명서 등 서류를 스마트폰에 보관할 수 있게끔 하면서 일상에서의 DID 활용 가치를 증명해내는 중이다.

 

 

DID ‘이니셜’ 서비스가 탑재된 삼성전자 갤럭시A 퀀텀

 

 

나아가 지난 7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을 중심으로 13개 정부기관과 민간 DID 연합체가 함께하는 ‘DID 민관합동협의체’가  발족하며 범국가적 차원의 DID 드라이브도 시작됐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지닌 이들이 하나로 뭉칠 수 있는 이유는 지금은 경쟁이 아니라, DID 시장의 파이를 함께 키워 블록체인 산업의 판을 바꿔야 한다는 공감대가 널리 형성돼 있는 까닭이다.

 

정부는 공공기관을 시작으로 DID의 실효성을 검증해볼 방침이다. 행정안전부는 올해 말까지 DID 기반의 모바일 공무원증을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전성과 편의성이 검증되면 2021년에는 장애인 등록증, 2022년에는 운전면허증으로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다.

 

금융결제원도 지난 7월부터 DID 모바일 사원증 활용을 시작했고,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연내 도입을 완료할 계획이다. 모바일 사원증은 건물 출입과 시스템 로그인, 편의시설 등에서 두루 쓰일 수 있다. 또 이처럼 공공에서의 사용성이 검증되면 내년에는 금융을 포함한 민간 영역에서의 DID 확산에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블록체인과 같은 유망 기술은 대개 가트너의 ‘하이프사이클’처럼 기대와 환멸, 재정비와 도약 등의 시기를 거쳐 성숙한다. 이때 중요한 건 기대치가 최저로 떨어지는 ‘환멸’ 단계에서 이를 만회하기 위해 얼마나 가치 있는 성공 사례들을 만들어내는가에 있다. 블록체인도 지금 그 고비에 서 있다. 형체가 불분명한 가상자산 투기 기술로서의 블록체인이 아니라, 인터넷처럼 실체가 뚜렷하고 가치 있는 인프라 기술로서 블록체인을 육성하고 싶다면 정부와 기업도 DID 같은 킬러 서비스 개발에 앞으로 더욱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출처: http://www.bloter.net/archives/424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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