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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일본기업’ 만들려다 네이버 ‘휘청’...그때 손정의가 치고 들어왔다

출처: http://www.hani.co.kr/arti/economy/it/917588.html

 

 

 

가와베 겐타로(왼쪽) Z홀딩스 사장과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 사장이 18일 두 회사의 합병을 알리는 기자회견장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서로 상대방 기업의 색깔 넥타이를 메고 나와 ‘동등한 합병’을 상징적으로 내보인 두 사람은 Z홀딩스의 공동CEO를 맡게 된다. FNN 유튜브 중계 갈무리

가와베 겐타로(왼쪽) Z홀딩스 사장과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 사장이 18일 두 회사의 합병을 알리는 기자회견장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서로 상대방 기업의 색깔 넥타이를 메고 나와 ‘동등한 합병’을 상징적으로 내보인 두 사람은 Z홀딩스의 공동CEO를 맡게 된다. FNN 유튜브 중계 갈무리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인 라인(LINE)과 소프트뱅크의 자회사인 야후저팬이 18일 서명한 경영통합 합의서는 일본 IT 업계에 초신성급 폭발이다. 일본의 주요 포털 야후저팬과 최대 SNS인 라인의 결합, 한국으로 친다면 네이버와 카카오의 결합으로 볼 수 있다.

 

18일 오후 5시부터 진행된 두 회사의 기자회견에서 가와베 겐타로 Z홀딩스 사장은 "시너지는 이용자 규모"라며 "라인은 젊은층에서 강하게 나타나는 등 각사가 고객층을 보완해줄 수 있는 관계"라고 말했다. 실제 두 회사의 결합은 서로의 부족함을 메워주는 성격이 크다. 야후저팬은 구글에 이은 2위 포털이지만 모바일이나 소셜 쪽은 상대적으로 역량이 빈약하다. 반면, 라인은 모바일은 강하지만 포털 역량이 부족하다. 서로의 약한 점을 절묘하게 보완해주게 된 셈이다.

 

 

나아가 가능성을 보면 좀 더 풍부한 결합도 예상할 수 있다. 라인은 SNS를 기반으로 신사업인 핀테크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야후저팬의 모기업인 통신사업자 소프트뱅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다. 한국으로 친다면, 사실상 카카오톡과 네이버에 SKT나 KT, LGU+ 같은 통신사가 합쳐지는 그림이 된다. 일본의 개별 소비자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어떻게 돈을 쓰는지를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거대 공룡 기업의 탄생인 셈이다.

 

 

"주주를 포함한 그룹시너지에 대한 기대가 있다. 야후는 소프트뱅크가 있어 통신 서비스로서 차세대 통신 5G도 해나가고 있다. 야후의 경우 소프트뱅크 이용자는 포인트 10배 등 서비스를 받게 되는데, 통합하면서 라인 이용자도 포인트 10배 등 서비스가 가능하다." - 가와베 Z홀딩스 사장

 

"라인의 모기업인 한국 네이버는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카메라앱 스노우 등도 있다. 통합된 회사가 AI(인공지능) 관련 사업을 진행하는데 의미가 있다. -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 사장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는 분야는 전자결제와 전자상거래다. 지난 14일 라인-야후저팬 합병 소식을 처음 전한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소프트뱅크의 한 고위 임원을 인용해, 손정의 회장이 중국의 알리바바, 텐센트처럼 쇼핑과 메신저, 포털과 간편결제까지 실현하기를 바랐다고 전했다. 현재 라인페이는 약 3700만 명의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고, 소프트뱅크가 만든 페이페이(PayPay) 이용자는 1900만 명 정도다. 야후는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라쿠텐(3조4천억엔)에 이은 2위(2조3442억엔) 규모를 기록한다.

 

 

라인-야후를 너머 네이버-소프트뱅크의 합작이 본격화한다면 두 회사가 진행하는 인공지능(AI) 분야 협력도 가시권에 들어온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지난 7월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첫째도 인공지능, 둘째도 인공지능, 셋째도 인공지능"이라고 조언한 바 있으며, 그 자신도 인공지능 분야에 대한 공격적 투자를 거듭하고 있다. 이해진 네이버 설립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도 비슷한 행보를 밟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의 로보틱스 기술을 가지고 있는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보유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로보틱스 등의 첨단 분야를 연구하는 네이버랩스의 인공지능 역량은 이미 한국 시장을 한참 넘어선 것으로 평가받는다.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의 최대 위협은 이용자로부터 선택받고 있다는 것이다. 나도 (구글의) 유튜브를 보고 (아마존의) 킨들로 책을 본다. 국산 플랫폼과 AI를 이용자에게 선택지로 제공하고 싶다. ...소프트뱅크그룹 비전펀드의 AI전략과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은 협력해갈 것이다." - 가와베 Z홀딩스 사장

 

 

암호화폐 분야에서도 양사의 협력이 예상된다. 야후저팬과 라인은 현재 각각 일본에서 타오타오(TAOTAO)와 비트맥스(BITMAX) 거래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 라인의 모회사인 네이버와 Z홀딩스 모회사인 소프트뱅크가 50:50으로 조인트벤처를 설립해 만드는 새로운 Z홀딩스는, 앞으로 라인, 야후저팬, 야후 쇼핑과 조조, 저팬넷뱅크 등을 산하에 두게 된다. 라인은 이날 공식 입장을 내고 핀테크 영역에서 양사가 긴밀한 연대를 구축해 현금없는 시대의 새로운 사용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예전에도 합치려다 불발됐던 라인과 야후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라인과 야후저팬의 합병 논의가 어떻게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도 언급이 나왔다. 이데자와 라인 사장은 올해 들어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실은 해마다 신년회를 하고 있다. 올해 4월께 식사를 했는데, 양사가 뭔가 큰 것을 할 수 있겠지요라고 (얘기가 됐다). 그리고 6월께 각자의 모회사에 상의를 했고, 그때는 경영 통합보다는 우선 검토를 하자고 이야기를 했다." - 이데자와 라인 사장

 

 

그러나 18일 업계를 상대로 한 코인데스크코리아의 취재를 종합하면, 라인에 대한 소프트뱅크의 적극적 투자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소프트뱅크는 라인이 일본증시 상장을 고심하고 있던 지난 2014년에도 라인에 대규모 Pre-IPO 투자(상장 준비중인 기업의 주식을 조기 매입하는 것)를 제안했다는 것이다.

 

두 회사는 그 무렵 이 거래를 상당히 긍정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라인에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 번째 이유는 당시 이해진 의장의 경영적 판단이었다. 라인은 네이버가 해외에서 터뜨린 첫번째 대형 사업이다. 이 관계자는 "회사 내에 네이버가 검색광고를 통해 한국 시장을 장악한 것처럼 외부(소프트뱅크) 도움을 받지 않고도 라인을 통해 일본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기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둘째, 당시는 세계적으로 SNS와 각종 메신저앱들이 승승장구하던 시점이었다. 2014년 2월 페이스북이 190억달러(한화 약 20조원)에 왓츠앱을 인수하자 라인의 몸값도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다. 보수적인 외국계 리서치에서도 20조원은 기본이었다. 메신저 기능만 있는 왓츠앱과 달리, 라인은 게임, 콘텐츠, 광고 등 다양한 사업 확장이 가능한 플랫폼이었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주식의 20%만 시장에 풀어도 4조가 넘는 돈이 들어오는데 굳이 손정의 회장처럼 까다로운 전략적 투자자와 손잡을 이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네이버의 오판이었다. 2015년이 시작되자마자 글로벌 시장에서 메신저앱의 가치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20조원을 넘나들던 라인의 가치는 15조원대로 주저앉았다. 2016년 7월, 최종적으로는 약 9조 원에 도쿄 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

 

몸값이 떨어진 라인은 앞길도 순탄치 않았다. 라인은 메신저를 포털화하기 위해 뉴스탭을 넣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다. 검색광고는 네이버의 오래된 '효자'이다. 2017년 기준 네이버의 포털 검색광고는 전체 광고 매출의 82.4%를 차지했다. 한국 경험이 풍부했던 검색광고로 라인을 띄우려던 시도는, 그러나 녹록치 않았다. 시장 반응이 신통찮았기 때문이다. 2016년 4분기를 기점으로 라인의 월간활동이용자(MAU)까지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에 라인은 2018년부터 핀테크 자회사인 라인파이낸셜을 설립했다. 포털이 아닌 핀테크를 기업의 미래 먹거리로 선택해 주력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모기업인 네이버를 포함해 라인의 어떤 부서도 핀테크를 경험해본 적이 없었다는 점이었다. 반면, 살아남아야 할 환경은 '관치금융'이란 비판을 들을 정도로 보수적이고 관료주의적인 일본 정부가 포진해있고, 동시에 라쿠텐 등 일본 시장의 기존 강자들을 함께 상대해야 하는 곳이었다. 초기 투자비용이 급증하면서 라인의 2018년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에 비해 69.1% 감소했다. 간편결제 서비스인 '라인페이' 마케팅에 부을 실탄이 모자라 같은해 9월에는 전환사채(CB)를 1조 4666억원 어치 발행했다. 결국 2018년 결산 때는 상장 후 처음으로 380억원 적자를 냈다.

 

라인의 핀테크 사업은 표류를 거듭했다. 급기야 모기업 네이버도 이 판에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라인을 통해 라인파이낸셜 신주 250만주를 취득하는 방식으로 손자회사에 2475억 5000만원을 넣었다. 9월에는 라인이 발행한 전환사채의 절반 가량인 7517억원을 취득했다. 라인과 연결된 재무재표 상태가 악화되면서 네이버의 주가도 2018년 30% 가량 빠졌다.

 

 

 

손정의, 네이버-라인의 애매한 시간을 파고들다

 

라인 출신의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는 라인과 네이버에 더 애매한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지분 문제 때문이다. 라인이 상장된 도쿄증권거래소 1부에 상장하기 위해서는, 원래 유통주식비율이 35%를 넘어야 한다. 유통주식비율이란 상장법인의 주식 중 최대 주주지분 및 정부 소유주 등을 제외하고 실제 시장에서 유통되는 주식의 비율을 말한다. 그러나 라인은 상장 당시 뉴욕과 동시상장이라는 특수 상황을 내세워 이 요건을 면제받았다.

그러나 라인 핀테크 사업을 지탱하는 과정에서 네이버 자금이 투입되면서 네이버의 라인 지분율이 올라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애초 2016년 상장도 돈이 없어서 한 게 아니라 '라인은 일본 기업'이라는 정체성을 천명하기 위한 것이었다. 지금처럼 한일관계가 악화된 상태에서 네이버 돈이 라인으로 흘러들어오는 것은 특히 라인으로서는 가급적 피하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결과적으로 라인, 네이버, 일본 금융당국 모두에게 난감한 상황이 될 수 있다.

라인과 야후저팬의 이번 경영통합은 라인의 이처럼 미묘한 상황을 예리하게 포착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전략적 '한수'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 판단이다. 라인이 핀테크를 하려면 돈이 필요한데 더이상 네이버에서 받기는 어렵고, 실적이 나쁘니 더이상 증자도 힘든 상황에서 '구제'를 받은 셈이다.

 

가와베 Z홀딩스 사장은 기자회견에서 손 회장으로부터 전적인 지지를 얻었다면서도 직접 개입은 부정했다.

 

"해마다 신년회를 하고 (모회사인 소프트뱅크의) 미야우치 (겐) 사장이나 네이버 간부와 이야기를 해왔지만, 손 회장은 여기에 관여해오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손 회장이 소프트뱅크의 CEO이므로 9월에는 프리젠테이션을 했다. 손 회장으로부터는 '100% 찬성이다. 일본을 위해, 아시아를 위해 스피디하게 이것을 하자'며 찬성을 얻었다. 단, '이용자가 이전보다 편리해지지 않는다면 누구에게도 지지받을 수 없다'고 거듭 말했다. '지금까지 할 수 없었던 과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해야 할 의미는 없다'고 말씀하셔서, 그런 도전을 하려고 한다." - 가와베 Z홀딩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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