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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 블록체인 플랫폼 2분기 개방…미지의 우주 끝까지 탐험할 것” 이홍규 언체인 대표

출처: https://www.mk.co.kr/news/economy/view/2020/02/112317/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블록체인 사업을 하기 어려운 시기 같다는 말에, 이홍규 대표는 이같이 답했다. 아직 블록체인 산업은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며. 현재는 사람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하기에 적합한 서비스가 무엇인지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시행착오를 겪다 보면 블록체인의 컨셉을 잘 활용하고, 사용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서비스가 나온다는 것. 그래서 그는 지금을 ‘경험을 축적하는 시기’라고 명명했다.

 

 

이홍규 언체인 대표. 그는 라인의 블록체인 플랫폼 기술계열사 언체인에서 링크체인 개발을 이끌고 있다. 링크체인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퍼블릭 블록체인을 지향한다. 더불어 두 가지 원칙을 갖고 있다. 1억 8600만 명에 달하는 라인 사용자가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됐는지도 모르게 디앱을 이용하도록 하는 것. 그리고 개발자가 라인의 인프라를 쉽게 활용해 서비스를 개발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홍규 대표는 이런 링크체인을 로켓이라 불렀고, 로켓을 블록체인 세상 끝까지 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최근 라인은 자체 토큰 링크를 4월 중 일본 암호화폐 거래소 거래목록에 등재하기 위해 준비중이다. 이제 블록체인 사업을 본격적으로 전개할 수 있게 됐다. 퍼블릭 블록체인을 지향한다고 했던 라인은 어떤 계획을 갖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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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규 대표를 만났다. 라인 블록체인 플랫폼 개방에 관한 몇 가지 질문을 던지고 답변이 오갔다. 그는 긴장한 듯, 대화를 나누는 내내 신중하게 단어를 골랐다. 하지만 넘치는 자신감까지 숨기진 못했다. 

 

 

- 라인의 블록체인 사업은 지금도 베일에 싸여 있는 것 같습니다.  

 

“라인이라는 회사 자체가 서비스를 탄탄하게 만드는 기술 회사의 성격을 갖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할 것까지 미리 얘기하지 않고, 차근차근 만들어서 결과물을 공개하는 방식을 취합니다. 

 

라인은 프라이빗 블록체인부터 시작하는데요. 우리가 프라이빗 블록체인부터 시작하는 이유는 아직 기술적인 성숙도가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라인 내부에서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만들어 메인넷에 대한 완성도를 높인 후 외부에 오픈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완전한 퍼블릭 블록체인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만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오스나 트론도 퍼블릭 블록체인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제 라인에서 개발하는 블록체인 플랫폼의 완성도가 높아졌고, 우리가 만든 것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에 올해부터 차근차근 선보일 예정입니다.” 

 

퍼블릭 블록체인은 누구나 노드로 참여해 네트워크 유지 ·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탈중앙화된 네트워크다. 반면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허가받은 참여자만 노드로 참여한다. 대신 기존 중앙화된 서버 방식보다는 더 많은 네트워크에 데이터를 분산 저장할 수 있다. 퍼블릭 블록체인은 탈중앙화된 협력에,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효율적 협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재 블록체인 업계의 기술 수준은 탈중앙화 철학을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운영하는 노드가 많아질수록 성능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이에 라인은 프라이빗 블록체인 형태로 운영하다가, 업계의 기술 수준이 뒷받침될 때 퍼블릭 블록체인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 라인 블록체인 사업의 궁극적 목표는 무엇인가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링크체인은 어떤 점에 초점을 맞춰 개발되고 있나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혹은 더 잘 확산되는 퍼블릭 블록체인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많은 서비스 제공자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블록체인 플랫폼을 만들고 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형태의 완전한 퍼블릭 블록체인을 목표로 합니다. 

 

현재 집중하는 부분은 확정성(finality)입니다. 블록 확정 시간을 몇 초 이내로 줄이려 노력하고 있어요. 블록은 몇 초 안에 확정할 수 있다면 충분합니다. 어떤 행동을 할 때 0.1초 만에 반응이 올 필요는 없기 때문이죠. 신용카드, 페이 등 핀테크 서비스도 내역을 처리하는데 몇 초의 시간은 걸립니다. 그래서 몇 초 만에 블록을 확정하는 100% 비가역적인 합의 알고리즘의 퍼블릭 블록체인을 만들어서 결제나 페이먼트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1차 목표입니다.” 

 

 

- 현재 집중하고 있는 시장은 어디인가요?  

 

“라인이 다수의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일본과 동남아 시장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 라인은 일본과 동남아 시장에서 메신저를 비롯해 페이, 웹툰 등 일일 사용자 수(DAU) 100만이 넘는 서비스를 다수 보유하고 있어 확실히 유리해 보입니다. 그렇다 해도 기존 서비스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내부 설득이 필요해 보이는데요. 이와 관련해서 블록체인 기술을 어떤 서비스에 어떻게 적용할지에 관한 가이드라인이 있을까요?  

 

“저희도 외부 팀과 논의할 때보다 라인 내부 서비스 담당자와 이야기하는 게 더 어렵긴 합니다. 그렇다고 특별한 예외 원칙을 적용하는 건 아니에요. 이 서비스에 꼭 블록체인을 적용해야 한다는 관점으로 접근하지는 않습니다. 서비스에 블록체인을 적용했을 때 윈윈(win-win) 형태가 될 수 있는지를 고려합니다. 서비스와 사용자 모두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를 보고, 그런 부분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는 거죠. 

 

저희가 프라이빗 블록체인부터 시작하는 이유는 우리가 라인이기 때문인 것도 있습니다. 퍼블릭 블록체인은 외부 디앱 서비스가 들어와서 무언가를 테스트하고 증명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길을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라인은 내부에 좋은 서비스가 많이 있어서 충분한 실험을 거치고 외부에 오픈할 수 있는 환경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 북미, 유럽 등 새로운 시장에 진출할 계획도 있나요?  

 

“꼭 하고 싶습니다! 꼭 하고 싶어요(웃음). 다만 지금 1등하고 있는 시장에서부터 잘해야 하고,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잘하고 있는 시장에서 기반을 탄탄히 한 이후에 새로운 시장으로 진출하려고 합니다. 그렇다고 엄청 오랜 시간 후는 아닐 거예요. 궁극적 목표는 북미 · 유럽 시장이니까요. 우리가 퍼블릭 블록체인을 만들려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간단히 말하자면 현재는 우리가 1등인 일본과 동남아에 집중하고, 가급적 빠른 시간 내 북미 · 유럽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 스마트폰 앱이 새로운 틈새를 파고들며 기존 강자를 위기에 빠뜨렸던 것과는 다르게 디앱은 기존 서비스와 정면 경쟁하는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아시아 시장에서 유리하게 작용하겠지만, 새로운 시장에 진출할 때는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블록체인 기술은 라인이 새로운 시장에 진출할 때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저희가 라인 메신저나 다른 서비스를 통해 북미시장에 안착하려는 것은 아니에요. 블록체인이 갖고 있는 특성과 맞는 새로운 분야에 라인 블록체인 플랫폼이 이용되면 좋겠다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습니다. 

 

아시아와 북미 지역은 서로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아시아 지역에서는 서비스에 블록체인을 적용하는 쪽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미 지역은 금융을 대체하기 위해 블록체인을 활용하고 있죠. 이 분야에 훨씬 많은 자금이 몰리고 있기도 하고요. 그래서 라인 블록체인 플랫폼은 금융을 대체하는 방향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암호화폐 이더리움을 대체한다면, 이더리움으로 할 수 없는 다른 분야를 만들어 제공하는 식으로 접근하는 거죠. 

 

아이폰이 나와서 앱스토어 생태계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꼭 아이폰이 없더라도 새로운 서비스가 나올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면 앱스토어 같은 플랫폼이 될 수 있습니다. 라인 블록체인 플랫폼은 그런 플랫폼이 되고자 합니다.” 

 

 

 

- 새로운 시장에 대한 전략은 핀테크 관점과 플랫폼 관점으로 나눌 수 있어 보입니다.  

 

“그렇죠. 핀테크 관점에서는 블록체인이 기존의 은행, 보험, 증권을 대체할 거라고 생각해요. 대출은 개인 간(P2P) 거래 다음 단계가 블록체인일 것 같고, 증권도 꼭 증권형 토큰 공개(STO)가 아니더라도 새로운 무언가로 대체될 수 있습니다. 플랫폼 관점에서는 북미 · 유럽의 개발자가 마음껏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다 보면 서비스와 트레이드오프를 겪는 부분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탈중앙화된 네트워크에서는 개인키를 잊어버리면 끝이지만 라인 암호화폐 거래소의 ID/PW는 고객센터를 거쳐 복원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블록체인 기술의 성격과는 어긋나지만, 사용성을 위해 혹은 현실적인 문제로 과감하게 포기하는 부분은 어떤 게 있을까요?  

 

“라인은 규제 환경이 갖춰진 곳에서 사업하고 있어요. 블록체인이 탈중앙화 되어 있지만 규제 환경 안에서 진행하려면 서비스에 KYC/AML 같은 컴플라이언스 관련 툴이 필요합니다. KYC/AML은 보안과 비슷한 느낌이에요. 꼭 필요하지만, 없다고 해서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죠. 사용자가 서비스를 안전하게 이용하도록 하기 위해 추가로 제공하는 기능입니다. 이와 관련해 라인은 플랫폼에 프라이빗키를 대신 저장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서비스 제공자가 규제 환경 내에서 쉽게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죠. 

 

또 프라이빗 블록체인 형태로 운영하는 것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희가 퍼블릭 블록체인을 만들 기술력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완전한 형태의 퍼블릭 블록체인을 제공하기 위해 프라이빗 블록체인부터 시작하는 거죠. 현재는 준비하고 있는 단계여서 기술적으로 아예 포기하는 부분은 없는 것 같습니다.” 

 

KYC/AML은 투명한 금융거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만든 규제다. KYC(Know Your Customer)는 은행, 증권 등 금융기관이 고객과 거래할 때 신원을 확인하는 것이고, AML(Anti-Money Laundry)은 불법자금세탁 방지를 위해 사법제도 · 금융제도 · 국제협력을 연계하는 종합 관리시스템이다. 

 

 

 

- 블록체인 플랫폼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결국 사용자가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됐는지 모르고 사용하는 서비스가 나와야 합니다. 그런 서비스의 DAU가 100만 명 이상 돼야 하고요. 개발자한테도 비슷하게 적용할 수 있어요. 블록체인이 없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개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블록체인 플랫폼이 의미 없다는 뜻은 아니에요. 중요하지만, 존재감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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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인은 올해 블록체인 플랫폼을 외부에 개방할 계획을 밝혔는데요.  

 

“네, 4월 출시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정식 명칭은 ‘라인 블록체인 플랫폼’입니다.” 

 

 

 

- 링크체인과 라인 블록체인 플랫폼은 다른 거죠? 구분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링크체인은 메인넷이고, 라인 블록체인 플랫폼은 서드파티(제3자)에게 제공하는 툴입니다. 그러니까 링크체인을 오픈하는 건 아니고, 메인넷을 쉽게 쓸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를 서드파티에게 지원하는 거죠.” 

 

 

 

- 이더리움 등 다른 블록체인 플랫폼에서 서비스를 개발하던 사람들은 선뜻 라인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갈아타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타 플랫폼의 개발자가 라인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오게 할 전략은 무엇인가요?  

 

“전략은 간단합니다. 100만 명이 사용하는 블록체인 서비스를 만드는 거죠. 라인 블록체인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개발자에게도 매력적이게 됩니다. 개발자라면 누구든 사용자가 많은 플랫폼에서 개발하고 싶어 하니까요. 

 

라인이 잘하는 게 좋은 서비스를 만드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의 과제는 2억 명에 가까운 사용자 기반을 갖고 있는 라인 서비스를 블록체인 기술과 잘 연결하는 것입니다.” 

 

 

 

- 블록체인 기술의 높은 진입장벽은 앱 개발자에게 허들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서드파티 개발자가 라인 블록체인 플랫폼에 참여하려면 어느 정도의 역량을 갖춰야 할까요?  

 

“링크체인보다 라인 블록체인 플랫폼을 먼저 오픈하는 이유가 바로 앱 개발자에게 다가가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오픈API와 개발자 콘솔 같은 툴을 제공하려고 해요. 이를테면 앱 서비스와 블록체인 프로토콜이 기술적으로 상호작용하도록 도와주는 형태의 오픈API를 제공할 예정인데, 개발자는 라인ID를 서비스에 연동하는 정도의 기술만 있어도 블록체인을 쉽게 사용해볼 수 있을 겁니다. 개발자 콘솔은 쉽게 설명하면 관리자 메뉴 같은 거예요. API를 사용한 것에 대한 통계를 확인해볼 수 있죠. 

 

다만 개발자가 고민해야 할 부분은 있어요. 블록체인 기술이 필요 없는데도 굳이 서비스에 적용하려고 하면 허들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서비스를 만드는 분들이 블록체인 지식이나 내부 동작 방식을 자세히 공부할 필요는 없지만 블록체인의 컨셉은 이해하고 있는 편이 좋겠죠. 서비스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할 때 사용자에게 어떤 도움이 될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나요?  

 

“단기적으로는 블록체인 기술이 기존의 금융 플랫폼을 대체할 때 라인 블록체인 플랫폼이 가장 많이 활용되었으면 합니다. 더 멀리 보면, 우리가 만든 제품이 많은 곳에서 쓰이길 바라고 있어요. 라인만큼 혹은 라인보다 더 많이. 그래서 북미나 유럽에서도 널리 활용되는 블록체인 플랫폼이 되었으면 합니다.” 

 

 

 

- 마지막으로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로켓을 만들고, 큰 우주를 함께 탐험할 동료를 찾고 있습니다. 영화 <스타트렉>에서 제임스 커크 함장이 찰리 에반스에게 이런 말을 해요. 

 

“찰리, 이 우주에는 자네가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수없이 많지만 소유할 수 없는 것도 수없이 많아. 이러한 현실을 직면하는 게 장난이 아니지만, 그게 세상 돌아가는 이치야.” 

 

블록체인 세상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아직 기술은 발전하고 있고, 산업에 적용하는 단계여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우주 같습니다.

 

 

 

 그래도 가보는 거죠. 대신 이런 확신은 있습니다. 블록체인이 작지 않고, 큰 우주일 것이라는 확신. 그래서 우리가 어떻게 되든 끝까지 가보려고 합니다. 현재 우리 팀이 도전하고 있는 분야인 만큼, 이 세상에서는 제일 잘하는 팀이고 싶어요. 그렇기에 좋은 분이 합류해서 같이 일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한 가지는 자부합니다. 한국에서 라인보다 블록체인을 개발하기에 좋은 팀은 없을 것이라는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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