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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재무부가 은행의 비트코인 수탁 서비스 허용한 이유는 [비트코인 A to Z]

출처: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50&aid=0000054569

 

 

 

◆본격적으로 시작된 기관투자가들의 진출

 

은행이 비트코인 수탁 서비스를 한다는 사건을 미국적 맥락에서 살펴볼 필요도 있다. 미국은 정부보다 은행이 먼저 성업했던 나라다. 은행들은 금화 보관증의 형태로 은행권을 자유롭게 찍어내 통화를 공급하는 기구이기도 했다. 연방 정부 주도로 화폐 발행을 시작한 것은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 때가 처음이었다. 전쟁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종이돈이 필요해진 것이 달러 표준화의 배경인 셈이다. 당연하게도 수많은 은행권을 정리해야 했으므로 전쟁 중에 국가은행법(National Bank Act, 1863년)을 마련했다. 이 법에 따라 연방 정부 차원에서 은행들을 관리하기 위해 둔 기구가 바로 통화감독청이다. 이름에 통화라는 단어가 들어갔지만 사실 은행의 전국 영업권 인허가를 담당하고 있는 연방은행관리청이다. 통화감독청은 은행들에 금융 감독 기구 중 미국 중앙은행(Fed) 다음으로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한편 통화감독청은 Fed와 달리 행정부에 속해 있다.

 

 

지금까지 비트코인·암호화폐와 관련해서는 SEC나 미국 선물거래위원회(CFTC)가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두 기관 모두 화폐와 관련이 없다. “비트코인이 화폐의 속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통화를 관리하는 Fed가 뭔가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국회의원들이 Fed 의장에게 물었을 때 당시 Fed 의장은 비트코인은 자신들의 관할이 아니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그런데 은행들이 비트코인을 활용해 여신 업무를 하게 된다면 Fed나 미 재무부가 비트코인 관할 당국이 된다. 즉 암호화폐라는 새로운 영역을 놓고 벌어진 금융 기업들 간의 업권 다툼에서 중요한 교통정리가 막후에서 이뤄졌다는 신호로 해석될 만한 대목이다. 지금까지는 파생 상품을 감찰하는 기구가 비트코인의 제도권 진입 여부를 타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새 비트코인은 1차 금융권 은행들의 일반 창구로 진입하게 됐다.

 

 

비트코인을 들고 찾아오기를 기다렸다가 얼마의 보관료를 받고 금고에 보관해 주는 수동적인 서비스에 만족할 것이라는 상상력은 근거가 희박하다. 전문가를 고용한 은행들은 주로 나이 많고 돈 많은 고객들에게 암호화폐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적극적으로 제안하려고 할 것이다. 전문 지식에 근거해 관련 뉴스를 분석해 주는 투자 자문이 수반되므로 보관료도 수익에 따라 변동되는 상품이 생길 것이다. 은행들은 여러 가지 암호화폐를 포함하는 상품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판매할 수 있다.

 

 

물론 통화감독청은 고객의 암호 자산을 개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고객들의 자산을 합산해 운용할 수 없으므로 고객의 자산을 현물로 보관해야 한다. 즉 고객이 맡긴 암호화폐로 여신 업무를 할 수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은행권이 다량의 암호 자산을 확보하고 나면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로비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비트코인과 암호화폐들은 대체성이 뛰어나다. 합산과 분할이 손쉽게 이뤄진다. 상품마다 개별적인 특성을 갖는 그림이나 부동산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회계 처리가 간편하므로 집합 자산을 운용하기가 수월하다. 즉 통화감독청의 조치는 비트코인을 본원 통화로 하는 은행권 통화의 창출로 나아가게 될 긴 여정의 시작점일 수 있다. 당국이 이런 전망을 가지고 암호화폐 수탁 서비스를 허용했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때로는 기초적인 지식이 더 중요하다. 고객의 당좌 자산에 기초해 신용을 창출하는 것이야말로 제1금융권 은행들의 본질적 기능이다. 은행업 면허의 핵심이 바로 남이 맡긴 자산을 다른 이에게 빌려주는 식으로 반복적으로 이자놀이를 할 수 있는 배타적 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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